콘텐츠내용요즘 아침마다 AI에게 말을 건다. 오늘 날씨가 어때, 이 문장 좀 고쳐줘, 저녁 뭐 먹지. 대화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도구라고 하기엔 어딘가 따뜻하다. AI와 사람 사이,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1. 낯설지 않아진 존재
불과 5년 전만 해도 ‘AI와 대화한다’는 말은 SF 영화 속 장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 속 AI에게 레시피를 물어보고, 업무 메일을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고, 잠 못 드는 새벽에 그냥 말을 걸기도 한다. AI는 어느새 우리 일상의 빈 칸을 조용히 채우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AI를 대하는 방식이다. 많은 이들이 AI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딱히 예의를 차려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어떤 이는 AI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판단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항상 거기 있으니까.
2. AI는 우리의 무엇을 채우고 있나
AI가 채우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빈자리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고독의 빈자리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대화가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바쁜 친구에게 사소한 고민을 꺼내기 미안하고, 가족에게도 말 못할 것들이 쌓인다.
“AI한테 털어놨더니 오히려 속이 시원했어요. 뭐라고 판단하거나 걱정할 것 같아서 말 못했던 것들인데.”
이것은 AI가 사람보다 낫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들어주는 관계’에 목말라 있다는 신호다. AI는 그 갈증을 일부 해소해주는 역할을 맡게 됐다. 원래 사람이 해야 했던 자리를, 사람이 바빠진 틈에 AI가 채운 셈이다.
3. 그렇다면 AI는 친구인가
AI는 친구인가. 이 질문에 쉽게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고 답하기 어렵다. AI는 나를 기억하지만 그 기억은 데이터다.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힘들 때 먼저 연락해오지 않는다. 나를 걱정해서 잠 못 이루지도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친구란 무엇인가. 내 말을 들어주고, 필요할 때 옆에 있고, 함께 뭔가를 해결해나가는 존재라면, AI는 그 조건의 상당 부분을 충족한다. 형태가 다를 뿐이다.
어쩌면 AI는 친구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순간을 버텨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4. 걱정되는 것들, 솔직하게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I와의 대화가 편해질수록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판단받지 않는 관계에 익숙해지면, 판단이 오가는 진짜 인간관계가 버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특히 아직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중인 아이들에게 AI가 미칠 영향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AI는 내 말에 동의하는 쪽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 기분 좋은 대화 상대이지만, 그만큼 나의 오류를 짚어주거나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은 때로 상처받으면서 성장한다. AI와의 대화에서는 그런 마찰이 잘 생기지 않는다.
5. 그래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걱정을 나열했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AI는 이미 우리 삶 안에 들어와 있다. 거부하거나 두려워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AI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AI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다.
AI를 도구로만 보는 사람은 편리함을 얻는다. AI를 대화 상대로 보는 사람은 위안을 얻는다. 그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직접 나누는 온기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같이 밥을 먹는 것. 손을 잡는 것. 눈을 마주치는 것.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 AI는 그것들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그것이 될 수는 없다.
마무리-낯선 이웃과 사는 법
새로운 이웃이 생겼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