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내용내년 시즌 KBO리그에 아시아쿼터가 도입된다. 각 구단의 투수 쏠림 흐름이 뚜렷하다. 12일 일본인 우완 교야마 마사야 계약을 확정한 롯데까지 8개 구단이 투수로 아시아쿼터 한 자리를 채웠다. 아직 공식 발표가 없는 키움 역시 투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KIA의 선택이 눈에 띈다. 투수가 아닌 유격수다. 계약도 막바지 단계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KIA는 아시아쿼터 유격수로 내년 시즌을 시작한다.
KIA를 제외한 다른 9개 구단이 투수를 선택한 건 이유가 있다. 투수는 많을수록 좋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1군에서 이닝만 소화해줘도 전력에 보탬이 된다. 선발 5인 로테이션과 불펜 필승조 구성에 애먹은 구단도 여럿이다. 아시아쿼터 야수가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경우 국내 젊은 선수들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고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투수 쏠림 현상의 한 이유다.
KIA 역시 마운드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다. 올해 불펜 집단 난조로 어려움을 크게 겪었다. 하지만 그만큼 유격수 공백이 크다. 김규성, 박민, 정현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주전 유격수를 맡기기에 1군 경험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칫하면 주전 유격수라는 중압감이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격수만 문제가 아니다. 주전 2루수 김선빈은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올해도 부상으로 84경기 출장에 그쳤다. KIA는 내년 김선빈과 나성범을 번갈아 지명타자로 기용할 계획이다.
백업 2루수 자원인 윤도현도 건강 이슈가 따른다. 시즌 중 오른손가락 골절로 이탈했다. 시즌 막판 손가락 염좌 부상이 이어졌다. 마무리캠프를 앞두고 왼쪽 대퇴부를 다시 다쳤다. 결국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도영은 올해 햄스트링만 3차례 다쳤다. 한때 김도영을 유격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지금 KIA는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다. 부상 복귀 시즌부터 익숙하지도 않은 포지션에 기용할 이유가 없다. 3루수로도 풀시즌을 치르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선빈, 나성범 외에 김도영도 일정 경기는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소 결은 다르지만 1루수 오선우 역시 아직은 물음표가 따른다. 올해 오선우는 1루와 좌·우익을 돌아가며 소화했다.
결국 KIA 내야 모든 포지션에 의문부호가 붙은 셈이다. 그만큼 확실한 유격수 1명이 절실하다. 유격수가 흔들리면 내야 수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2, 3루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도 아시아쿼터 유격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격수를 일단 주포지션으로 하면서도 유사시 2, 3루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남과 다른 선택을 앞둔 만큼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KIA는 현재 팀 상황에서는 유격수가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