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내용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하는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은 지역과 난도 높은 진료에 차등 보상하는 게 핵심이다. 검사와 영상 중심으로 쏠렸던 건강보험 보상 구조를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되돌리는 정책의 전환점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수가는 같은 의료행위라면 지역, 의료기관 기능, 응급 대기 등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됐다. 서울 대형병원과 비수도권 병원이 같은 수술을 하면 동일한 수가를 받는 구조였다. 응급 대기체계를 유지하거나 고위험 분만, 소아중환자 진료처럼 손실 가능성이 큰 필수의료를 맡아도 보상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이른바 '지필공' 붕괴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연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수가체계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 수가 조정을 넘어 건강보험 보상 체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수가 개편 주기도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의과 분야 약 6000개 건강보험 수가의 비용 대비 수익을 분석한 결과,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는 190%, CT·MRI 등 특수영상 검사는 194% 과보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찰·입원·마취·재활 등은 상대적으로 저보상 영역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검체검사와 CT·MRI 등 과보상 영역에서 연 2조6000억원을 줄여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에 투입한다. 나머지 1조원은 지출 효율화, 균형 수가 조정 등으로 내년부터 반영할 계획이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는 비수도권 병원과 야간·중증질환 치료 분야가 될 전망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이 응급환자에게 야간 동맥류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현행 1050만원 수준인 보상은 일반 지역 기준 1580만원, 지역 우대수가 적용 시 1702만원으로 오른다.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에서 28주 미만 조산아를 분만할 경우 기본 수가에 506만원이 더해지고, 신생아중환자실 입원료는 최대 2.5배까지 높아진다.
이는 지역에서 응급환자를 수용한 병원이 실제 최종 수술까지 감당하도록 유인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수익성은 낮지만 진료 난도가 높아 고위험 분만이나 응급수술을 기피해 온 지방 병원에 실질 보상을 높이면 중증 진료 기피 현상을 줄이고 숙련 의료진이 지역에 남는 유인도 생길 수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수가가 인상돼도 환자 본인부담금이 전반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며 “지역 우대수가에서도 추가적인 본인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검체검사 수가 인하를 놓고 의료계 반발이 상당하다. 정부는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이 190% 수준으로 과도하다고 보고 우선 올 하반기 150% 수준으로 낮춘 뒤 2028년 110% 수준까지 조정할 방침이다. 위탁검사관리료 10%도 폐지한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는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검사료 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별 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분 지급해 검사료 할인 요인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검사 유인을 줄인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진단검사 위·수탁 보상 비율을 위탁 35%, 수탁 65%로 의결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는 질병 조기 발견, 정확한 진단, 치료 방향 결정 등 전체 진료 여정의 최소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적인 의사결정 근거”라며 “실제 검사를 수행하고 질 관리를 책임지는 수탁기관에 대한 보상이 줄면 검사 인프라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중증·응급에 수반되는 필수검사처럼 과다검사 우려가 낮은 영역은 검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미세조정할 계획”이라며 “CT·MRI는 성능, 내구연한,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상과 연계하는 방안을 하반기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